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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고해 보이는 은발의 상사는 눈이 커다랗고 수수해 보이는 여비서에게 옷과 가방을 휙 던져주고 자신의 심부름을 마구 시킵니다. 지금 개봉했다면 사회적 문제로 큰 논란을 야기했을 수도 있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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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포스터 출처 : 네이버

    등장인물

    • 앤 해서웨이 : 앤디 삭스 역
    • 메릴 스트립 : 미란다 역
    • 스탠리 투치 : 나이젤 역
    • 에밀리 블런트 : 앤의 직속 선임 에밀리 역
    • 아드리언 그레니어 : 앤의 남자 친구 네이트 역
    • 사이먼 베이커 : 유명한 작가이자 앤에게 미출간 해리포터 시리즈를 구해주는 크리스천 톰슨 역

     

    줄거리

    기자 지망생인 앤은 내키지는 않지만 패션 잡지 회사 '런웨이' 지원하고 면접에서 미란다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지만 운 좋게도 합격합니다. 자신의 경력을 위해 어떻게든 버텨보고자 하는 앤에게 '런웨이'의 편집장인 미란다는 쉴 새 없이 일을 시킵니다. 앤의 사생활은 존중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미란다의 부름에 답해야 합니다. 심지어 남자 친구의 생일 파티에도 참석하지 못합니다. 악천후로 취소된 비행기 편을 구해내라는 미란다의 지시를 이행하지 못한 앤에게 미란다는 미출간 된 해리포터 시리즈를 구해오라고 합니다. 사방팔방 수소문 끝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구하지 못하고 포기하려는 앤에게 크리스천 톰슨이 인맥을 이용하여 원고를 구해줍니다. 이 일로 앤은 미란다의 신임을 얻게 되고 점점 선임 비서인 에밀리가 하던 일을 하나씩 물려받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에밀리가 꿈에 그리던 파리 패션 위크에 앤이 대신 참가하게 됩니다. 앤은 크리스천 톰슨으로부터 미란다가 자리에서 밀려날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 알려줍니다. 그런데 미란다 역시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상황입니다. 미란다는 자신의 자리에 거론되던 인사에게 수석 디자이너 나이젤이 승진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자리를 주는 협상을 하여 자리를 지킵니다. 앤은 미란다를 비난하지만 미란다는 앤 역시 에밀리에게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고 되묻습니다. 앤은 그 자리에서 돌아서고 미란다에게서 온 전화를 받지 않고 분수대에 던져버립니다. 언론사 면접을 보러 간 앤은 미란다가 자신을 위해 추천서를 써 준 사실을 알게 되고 미란다를 찾아갑니다. 길 건너 먼발치에서 서로를 확인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공감하며 영화는 끝납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처음에 내용을 보지 않고 제목만 봤을 때 프라다라는 명품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체제가 합법적으로 한 개인을 착취하는 영화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전반에 흐르는 정서와 마지막 장면에서 앤이 지원한 다른 회사에 추천서를 써 주는 미란다와 우연히 마주친 자리에서 서로 공감하는 장면을 보면 제목에 등장하는 프라다는 그저 개인의 취향이나 프라다가 보여주는 개인의 성격을 반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프라다를 입는 사람들의 공통된 성향이 있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는 프라다가 나타내는 정서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선택의 논리

    사실 앤은 기자가 되기 위해 지원했지만 실상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온 곳은 패션 잡지 회사와 자동차 잡지 회사였다고 합니다. 그나마 두 곳 중에 패션 잡지 회사가 자신의 커리어를 쌓기에 도움이 된다고 선택한 것이지요. 앤의 이런 태도를 본 미란다는 당연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모든 인생을 바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을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이 자신이 원하던 곳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오게 된 것처럼 대하기 때문입니다. 미란다가 앤에게 기회를 주기는 하지만 과연 선택의 순간에 내가 어떤 태도를 유지해야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까요?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패션 잡지 회사에 지원한 것도 앤의 선택이었습니다. 반면 미란다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가족이나 동료의 희생도 감수하는 선택을 합니다. 과연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관점을 디자인하라

    앤은 입사 초기 미란다의 지시에 많은 상처를 받고 견딜 수 없어 나이젤에게 하소연을 하러 갑니다. 그런 앤에게 나이젤은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라고 충고합니다. 그 순간 영감을 얻은 앤은 자신의 패션부터 바꿉니다. 자신은 기자가 될 것이고,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자의식을 해체한 것입니다. 베스트셀러인 [역행자]에 나오는 얘기처럼 말이죠. 물론 앤이 2년 동안 2시간씩 독서와 글쓰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현재 자신의 일에 충실하기 시작하며 미란다로부터 점점 인정을 받게 되고 선임의 지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미란다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나이젤을 희생시키는 상황을 본 앤은 미란다를 비난하지만 자신 역시 선임 비서였던 에밀리의 자리를 빼앗지 않았냐는 미란다의 말에 회사를 그만둡니다. 과연 앤은 누군가 꿈을 빼앗아야 성장할 수 있는 냉정한 사회를 경험하고 자신은 그렇게 살기 싫다고 떠난 것이겠죠. 하지만 경쟁사회에서 자신도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느 다른 사람처럼 상대의 꿈을 빼앗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 당연하니 그렇다면 차라리 내 꿈을 위해 일하겠다는 다짐으로 새 삶을 시작한다는 관점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