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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일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는 '뒤바뀐 딸-20년 만의 재회'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방송인 이지혜, 가수 장예은, 배우 김정태가 출연했습니다. 당신이라면 낳은 정과 기른 정 중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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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딸과 똑같은 아이

     

    1981년 5월 8일 어버이날 의정부에 사는 영길이 집을 나서는데 아내 옥열이 3살 된 딸 민경이도 데려가라고 합니다. 

     

    영길은 출근 전 이발소를 가려고 했는데 항상 가던 이발소를 지나치는 바람에 처음 보는 이발소로 들어갑니다.

     

    영길은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데, 이발소 종업원이 영길을 이상하게 쳐다보더니 '왜 우리 친구 딸을 데려왔어요?'라고 물어봅니다.

     

    영길은 내 딸이라고 얘기하고 이발을 하는데 종업원이 가게를 나갔다가 "거 참, 이상하네. 친구 딸이 거기도 있고 여기도 있네?"라며 들어옵니다.

     

    알고 보니 이 종업원은 영길이 친구 딸을 납치한 유괴범인 줄 알고 그랬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길은 그동안 민경이를 닮은 아이를 봤다는 소리를 이곳저곳에서 듣던 상황이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그 종업원에게 "우리 애랑 똑같이 생겼다는 그 아이, 지금 좀 데려와달라"라고 부탁했습니다.

     

    얼마 후 종업원이 자기 친구의 딸 향미를 데리고 돌아왔는데 그 아이를 본 영길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경(왼쪽)와-향미(오른쪽)-방송-화면
    민경(왼쪽)와 향미(오른쪽) 방송 화면

     

    영길은 자기 딸이랑 똑같은 아이를 보고 출근도 하지 않고 아내한테 전화를 걸어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빨리 병원에 가서 확인하라고 말합니다.

     

    뒤바뀐 신생아

     

    민경(1979년 1월 1일 생)과  향미(1978년 12월 31일 생)는 하루 차이로 의정부에 있는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사실 민경의 쌍둥이 동생 민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쌍둥이인 민경과 민아는 좀 안 닮았습니다.

     

    정리하면 민경과 민아는 안 닮은 이란성쌍둥이이고, 민경과 향미는 꼭 닮은 남입니다.

     

    영길은 쌍둥이를 데리고 곧장 산부인과로 가서 혈액형 검사를 합니다. 영길 부부는 둘 다 O형이라 자녀들은 모두 O형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민경은 O형, 민아는 A형이 나왔습니다.

     

    향미네 아빠는 O형, 엄마는 A형이고 검사 결과 향미는 O형이 나왔습니다.

    민경-민아-향미-가족의-혈액형을-표시한-방송-화면
    민경 민아 향미 가족의 혈액형을 표시한 방송 화면

     

    경찰은 당시 진료일지에서 수상한 지점을 발견했습니다. 같이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 있었던 향미는 체중이 계속 증가하는데, 민아는 체중이 점점 줄었습니다.

     

    신생아는 생후 일주일 뒤부터 체중 감소가 거의 없는 것이 일반적인데 민아의 체중 변화가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두 아이의 체중 기록을 바꿔봤더니 그게 더 자연스러웠고 경찰은 두 아이가 바뀌었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두 아기를 담당했던 간호사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목욕시킬 때 비닐 띠에 볼펜으로 쓴 이름표가 지워졌을 때는 바꿔주기도 하고, 손목과 발목에 있는 이름표를 떼어놓고 목욕시키는 경우가 있어서 아이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자고 증언했습니다.

     

    기른 정 vs 낳은 정

    결국 두 아이가 바뀐 것이 맞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기른 정과 낳은 정 중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향미(왼쪽)와-민아(오른쪽)-방송-화면
    향미(왼쪽)와 민아(오른쪽) 방송 화면

     

    더구나 민아가 조금 아팠습니다. 민경이가 뒤집기를 하고 기어 다니려고 하고 앉으려고 할 때, 민아는 꼼짝 안 하고 누워만 있었다고 합니다.

     

    쌍둥이 엄마는 아픈 민아를 항상 품에 안고 키웠습니다. 이런 민아를 다른 집에 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병원에서 본 향미도 눈에 아른거리고 생각나 미칠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향미의 엄마는 어려운 형편에도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고 애쓴 향미를 절대로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두 아이가 그냥 닮은 것일 수도 있다며 상황 자체를 부정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또 다른 아이랑 바뀌었을 수도 있지 않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고 결국 친자확인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두 아이가 바뀐 게 맞다는 것이었습니다. 민경과 향미가 영길 부부의 친자식이었고 민아는 이 씨 부부의 친자식이었습니다.

    향미-민아-민경을-안고-있는-방송-화면
    향미 민아 민경을 안고 있는 방송 화면

     

    뒤바뀐 딸

    결과가 나오고 이 씨 부부는 "민아 아픈 거, 선천적인 거 맞아요? 그쪽 부모가 잘못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라고 예상치 못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쌍둥이 부모는 아픈 민아의 친부모가 민아를 안 데려간다고 하니 민아랑 향미까지 다 본인들이 키우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검사를-준비하는-민아-방송-화면
    검사를 준비하는 민아 방송 화면

     

    결국, 병원 측에서 민아의 상태 확인을 제안했고, 양쪽 부모가 동의해 바로 민아의 입원 수속을 시작했습니다.  입원을 서류를 작성하던 두 아빠는 고민을 하다가 바뀐 딸의 이름을 각각 적어 넣었습니다. 민아는 향미가 되고 향미는 민아라는 자기 원래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민아로 살아온 향미는 키워준 쌍둥이 엄마 품에 안겨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정밀검사 결과 향미는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습니다. 조기 출산 과정에서 발생한 저산소증으로 뇌에 손상을 입은 것이었습니다.

    태어날-때-향미였던-민아가-검사를-받는-방송-장면
    태어날 때 향미였던 민아가 검사를 받는 방송 장면

     

    되돌아간 자리

    향미 부모는 사건 발생 18일 만에 상황을 받아들이고 아이들을 바꾸겠다고 결정하였습니다. 두 가족은 다음 날 아이들을 바꾸기로 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쌍둥이네 집은 이별을 준비했습니다. "민아야, 네 이름은 이제 향미야. 거기 가서 엄마 아빠 말씀 잘 들어. 우리 향미는 잘할 거야"라고 말해줬다고 합니다. 엄마 아빠는 혹시 애가 깰까 봐 조용조용 가방에 향미의 물건을 챙기며 향미 얼굴도 한 번 만져보고, 고사리 같은 손과 발도 만져봅니다. 이런저런 걱정이 밤새도록 몰려와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민아와-민경-사진-방송-화면
    민아와 민경 사진 방송 화면

     

    다음날, 향미와 민아는 친부모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사고가 났던 병원은 두 가족에게 피해보상금을 지원했고, 향미에게는 평생 진료권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됐던 아기 이름표도 물에 넣어도 망가지거나 젖지 않도록 플라스틱 팔찌로 교체됐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산부인과에서 이름표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라진 아이

    시간은 흘러 2001년 4월 어느 날 쌍둥이네 부모가 TV에까지 출연하며 향미를 애타게 찾습니다. 두 가족은 아이를 맞바꾸고 석 달쯤 뒤에 한 번 만난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하는데 향미를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향미를-보고-싶어-하는-영길의-과거-인터뷰-방송-화면
    향미를 보고 싶어 하는 영길의 과거 인터뷰 방송 화면

     

    그런데 아이들을 바꾼 지 6년쯤 지났을 무렵 향미가 사라졌다는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그 후로 계속 향미를 찾았지만 친부모가 아니니 찾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쌍둥이 부모가 방송에 나온 것입니다.

     

    당시 제작진이 향미의 행방을 추적해 본 결과 가족들이 주민등록 기록을 말소했다고 나왔습니다. 수소문해 보니 향미네 가족은 이사한 지 오래고 향미 부모가 이혼하면서 가족이 흩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향미가-입소한-재활원-사진-방송-화면
    향미가 입소한 재활원 사진 방송 화면

     

    그런데 쌍둥이 부모의 방송이 나가고 얼마 뒤 향미가 서울에 있는 한 재활원에 있다는 제보가 왔습니다. 향미는 10살 때 재활원에 입소했고 또래보다 조금 늦었지만 재활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자립을 준비 중이라고 했습니다.

     

    20만의 재회

    제작진은 이 소식을 쌍둥이 부모한테 알렸습니다. 그렇게 쌍둥이 부모는 향미가 있는 재활원으로 향했습니다. 향미가 지내는 방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향미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하지만 쌍둥이 부모는 향미의 후원자라고만 밝힙니다.

     

    처음 만나자마자 이런 얘기를 하면 향미가 충격을 받을 거 같아서 그날은 말을 못 했다고 합니다. 혹시 가족들이랑은 연락하냐고 물었더니 가족과의 마지막 기억은 8살 때라고 했다고 합니다.

     

     

    당시 향미는 잠자는데 할머니가 옷을 입으라 해서 옷을 입고 택시에 타라 해서 탔다고 합니다. 한참 가서 어느 깜깜한 곳에 내렸고 거기서 기다리면 엄마가 올 거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결국 엄마는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무서워서 막 우니까 이를 발견한 어떤 아줌마가 재활원에 올 수 있게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얼마 후 쌍둥이 부모는 마음도 단단히 먹고 향미한테 20년 전 그 일을 털어놓기로 했습니다. 친부모와의 연은 끊어졌지만 키워준 부모도 있으니 외로워하지 말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처음에 향미는 그 이야기를 못 믿지 못하고 한참을 있다가 펑펑 울었습니다. 향미는 자신이 버려진 줄로만 알고 슬퍼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키워주신 부모가 있다니 충격은 컸지만 감사했다고 합니다.

    재회-당시를-회상하는-현재-향미의-인터뷰-방송-화면
    재회 당시를 회상하는 현재 향미의 인터뷰 방송 화면

     

    향미는 처음에 쌍둥이 부모를 '아줌마', '아저씨'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1년 뒤엔 '엄마', 아빠'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다시 만난 이들은 향미를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나러 갔다고 합니다. 향미는 부모님 건강을 늘 먼저 챙기는 살가운 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한테는 잘하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라고 말합니다.

    향미와-첫-재회-당시-찍었던-사진-방송-화면
    향미와 첫 재회 당시 찍었던 사진 방송 화면

     

    그로부터 또 20년이 흘러 2022년 겨울이 되었습니다. 쌍둥이 부모는 어느새 일흔을 넘기셨고 향미 씨는 마흔 중반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설을 떠나 자립해서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아버님이 암투병 하시느라 요양하기 위해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얼굴을 못 본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2022년 11월 29일 꼬꼬무에서 마련해 준 일정으로 향미 씨는 제주도로 향합니다. 부모님과 오랜만에 만나니 머리도 하고 옷도 새 옷으로 사 입었습니다.

     

    7시간의 여정 끝에 제주도에 도착한 향미 씨와 다시 만난 부모님은 서로를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향미 씨가 제일로 바랐던 사진 촬영도 했습니다.

     

    우리 삶에 '만약에'는 없다지만 만약에 재활원에서 향미 씨가 있는 곳을 제보하지 않았다면, 만약에 부모들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만약에 이발소 가는 길에 버스를 잘못 내리지 않았다면, 애초에 병원에서 아이들이 바뀌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랐을까요?

    서로-인연을-확인하는-방송-화면
    서로 인연을 확인하는 방송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