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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에서 공격은 가드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번에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관객을 공략하는 시작점도 가드 송태섭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원작자이자 감독은 원작에서 북산고의 가드 송태섭의 분량이 적어서 이번엔 비중을 뒀다고 합니다. 덕분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과 다른 새로운 작품이 되었습니다.
원작은 거들뿐
원작을 만화책으로 본 분들은 자신만의 상상력을 맘껏 발휘하면서 '슬램덩크'를 즐겼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을 토대로 하지만 새로운 스토리를 가미하여 또 다른 감동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농구에서 선수가 주로 사용하는 손과 이를 받치는 반대 손은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독립적인 고유의 역할이 있습니다. 만화 속 강백호의 유명한 대사인 '왼손은 거들뿐'이라는 말처럼 원작은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극적 요소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합니다. 원작의 명장면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연관된 에피소드를 떠오르게 하면서 추억을 자극하고 관객의 몰입도와 흥분도를 높여줍니다.
주전 멤버들과 송태섭의 이야기
채소연이 강백호에게 '농구 좋아하세요?'라고 묻는 장면을 아직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것입니다. 천방지축이지만 거침없는 강백호의 여러 가지 에피소드는 원작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그리고 농구를 정말 하고 싶지만 방황하던 정대만이 다시 농구부로 돌아오는 과정은 긴장감과 절실함이 있습니다. 실력은 좋지만 동료운이 없는 채치수와 그에게 나타난 서태웅, 이들을 이끄는 안 감독의 이야기도 흥밋거리입니다. 원작에서 송태섭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원작에는 없었던 송태섭의 과거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을 자극합니다. 송태섭은 어린 시절 죽은 형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형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갖고 농구를 계속하며 전국대회에 임하는 송태섭의 절절한 사연은 관객을 눈물짓게 하는 요소였습니다.
모든 것이 담긴 마지막 경기
원작은 강백호가 농구를 시작하고 서태웅, 정대만 등이 합류하면서 실력 있는 농구부로 거듭나는 과정입니다. 멤버들은 농구를 통해 도전 정신을 배우고 동료애를 익히며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누구보다 간절하게 이루고 싶었던 순간을 위하여 자신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번 개봉작에서는 이런 요소들을 산왕공고와의 한 경기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경기 중간에 떠오르는 짧은 회상 장면을 통해서 그들의 과거를 보여주는 식입니다. 그래서 원작을 보지 않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면 내용에 대한 몰입도가 조금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원작을 기억하는 분들은 한 장면만으로도 그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인데 처음 '슬램덩크'를 접하는 분들은 그만한 배경지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원작을 보시지 않은 분들은 보고 가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리얼한 효과음과 탄탄한 배경음악
농구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알지만 바닥에 공이 튀기는 소리나 농구 골대나 백보드에 공이 맞고 출렁이는 소리 혹은 골대를 스치지도 않고 공이 골대 그물에 감기는 소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을 줍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는 이런 효과음이 실제처럼 들립니다. 원작에 대한 향수에서 시작하여 리얼한 효과음을 듣게 되면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강렬한 사운드의 배경음악도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감독은 효과음과 배경음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개봉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관객에게 흥분과 감동을 주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러 장면에서 원작의 에피소드를 알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슬램덩크 시즌 2가 아닌 '더 퍼스트 슬램덩크'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속편이 아닌 새로운 영화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원작자이자 감독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공들여 만든 작품이라고 하니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벌써 다음 에피소드가 기대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가슴 뛰는 스포츠 영화 한 편 즐겨보시죠.